자영업자 폐업 사례 분석

지인 권유로 시작한 가게, 폐업까지 3개월… 무엇이 문제였을까

jcsullymacy 2025. 6. 26. 17:00

지인의 한마디로 시작된 창업, 준비는 없었다

최정우(가명)는 원래 자영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8년 넘게 중소기업의 총무팀에서 일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고, 특별히 외식업에 대한 경험도 없었다. 그런 그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한 지인의 말 한마디였다. “형은 사람 상대도 잘하고, 깔끔하니까 카페 같은 거 하나 하면 잘할 것 같아.” 평소 자신을 믿고 따르던 후배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마침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이야기가 돌고 있었고, ‘퇴사 후 새로운 길’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있던 터였다.

지인은 마침 동네에 권리금 없이 바로 인수 가능한 매장이 있다고 알려줬다. 이전에 카페로 운영되던 15평짜리 소형 매장이었고, 기본 설비와 인테리어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임대료는 월 120만 원, 보증금 2천만 원으로 비교적 부담도 적었다. 지인은 “그냥 그대로 다시 열면 돼요. 동선도 좋고 장비도 다 돼 있어요”라며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정우는 그렇게 반나절 만에 계약을 결정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메뉴 개발, 고객 분석, 시장 조사, 브랜딩 등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창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이 빠진 상태에서, 그는 “일단 열고 보자”는 자세로 모든 걸 밀어붙였다. 메뉴는 이전 업주가 사용하던 그대로 가져왔고, 상호명도 바꾸지 않았다. 간판만 새로 달고, 컵 홀더에 본인 이름을 새겨넣은 게 유일한 브랜딩 작업이었다. 정우는 “너무 크게 하지 말고 조용히, 작게 시작해서 키우자”는 마음으로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가게 3개월 후 폐업 문제는?

지나치게 단순한 계산, 매출은 기대와 달랐다

최정우는 매장을 열기 전 단순한 손익분기점을 계산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 4,000원, 하루에 50잔만 팔아도 20만 원. 한 달이면 600만 원이니까, 임대료 내고 재료비 내면 200~300은 남겠지.” 문제는 이런 계산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매장을 열고 첫 주, 그는 하루 평균 20잔도 채 팔지 못했다. 오픈 소식은 주변 상권에 거의 퍼지지 않았고, 매장을 지나치던 사람들도 관심 없이 스쳐 지나갔다. 매장이 위치한 골목은 유동 인구가 적고, 바로 근처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두 곳이나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처음 몇 주간 “입소문이 나면 나아지겠지”라는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입소문은 기다린다고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초기부터 반응을 끌어내지 못한 매장은 더더욱 주목받지 못했다. SNS 홍보나 지역 커뮤니티 글 작성 등도 하지 않았고, 지인은 오픈 때 한두 번 들른 뒤 연락이 끊겼다. 주변 상인과 교류도 거의 없었고, 단골 확보를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메뉴나 맛으로 승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의 매장은 특별한 콘셉트도, 차별화된 제품도 없었다. 커피는 시중 원두를 사용했고, 베이커리는 인근 업체 납품으로 받아 쓰는 수준이었다. 단가를 아끼려다 보니 품질도 애매했다. 손님들이 “그냥 평범하다”고 느낄 만한 요소만 모여 있었고,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지점이 없었다. 결국 한번 온 손님도 다시 오지 않았다. 재방문율이 10%도 되지 않았고, 점점 그가 기대했던 하루 50잔은커녕 30잔도 넘기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지출은 늘고, 방향은 없었다

매출이 낮았지만, 고정비는 꾸준히 나갔다. 월세 120만 원, 관리비 15만 원, 전기세·수도세 20만 원, 원두·베이커리 납품비 80만 원, 카드 수수료와 배달앱 정산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매달 최소 300만 원 이상이 지출됐다.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고 혼자 운영했지만, 그조차도 적자를 막을 수 없었다. 그는 마케팅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없었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블로그 포스팅을 의뢰하거나 SNS 광고를 시도해볼 수도 있었지만, “돈 들인다고 손님이 올까”라는 의심이 앞섰다.

가장 큰 문제는 방향성이 없었다는 점이다. 어떤 메뉴를 밀고 갈 것인지, 어떤 고객을 타겟으로 할 것인지,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등 창업자라면 최소한 고민해야 할 문제에 그는 손도 대지 못했다. “한두 달 운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졌다. 매출이 떨어지자 그는 메뉴 원가를 더 낮추고, 음료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손님 입장에서 ‘가성비 떨어지는 매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불안해졌다. 오후 늦게까지 손님이 한두 명도 오지 않는 날이 늘었고, 손님 없는 매장에서 혼자 커피를 내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감은 무너졌다. “왜 시작했을까”, “괜히 했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밤에는 재료 발주를 취소할지, 운영시간을 줄일지 고민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누구에게 조언을 구할 곳도 없었고, 권유했던 지인과도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창업은 혼자 하는 전쟁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폐업 결정은 어렵지 않았지만,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매장 운영 3개월째가 되던 어느 날, 최정우는 폐업을 결정했다. 그날 아침, 평소처럼 매장 문을 열고 커피 머신을 예열했지만 단 한 명도 매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점심이 지나고 오후 3시가 되었을 때도 손님은 오지 않았고, 배달 앱 주문도 없었다. 그는 컵 하나도 꺼내지 못한 채 텅 빈 매장을 멍하니 바라봤다. 결국 “더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다음 날부터 그는 매장을 쉬겠다고 공지를 올렸다. 점포 정리 앱에 가게 정보를 올리고, 임대인과 계약 해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폐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남은 원재료, 집기 정리, 간판 철거, 사업자 폐업신고까지 모든 절차가 낯설고 번거로웠다. 무엇보다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내가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힌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다시 직장을 알아보는 것도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그는 주변 지인들에게 폐업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창업을 응원하던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폐업 후 남은 것은 약 900만 원의 손실과 무너진 자존감이었다. “남들 다 한다기에, 나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이었는지를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생략했다. 상권 조사, 고객 분석, 메뉴 개발, 마케팅 전략, 수익 구조, 운영 매뉴얼 등 창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인생을 걸었고, 결국 결과는 참담했다.

이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업은 내 인생의 가장 비싼 수업료였다. 가장 값비싼 실수였다. 다시 한다면, 절대 누구 말 듣고 시작하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