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테리어에 1억 투자한 치킨집
“Design is not just what it looks like and feels like. Design is how it works.” – Steve Jobs
(디자인은 단지 멋지고 보기 좋은 것만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의 문제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첫인상'을 위해 공간에 과도한 투자를 한다. 그러나 멋진 인테리어는 한 번쯤 방문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그 다음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반복 방문은 운영, 맛, 서비스, 분위기,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작동할 때 가능하다. 이 사례는 ‘공간에 모든 걸 건 창업’이 왜 실패했는지를 보여준다.
치킨집이지만, 카페보다 더 멋져야 한다고 믿었다
박지훈(가명) 씨는 건축 자재 유통업에 종사하며 외식 프랜차이즈 시공 현장을 수없이 봐 왔다. 그가 보기에 장사가 잘 되는 가게는 하나같이 ‘고급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었고, 이는 곧 매출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은퇴 후 치킨 전문 펍을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단순한 배달 치킨이 아니라,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감성 치킨 바’를 콘셉트로 삼았다.
경기도 분당의 대로변 코너 건물 1층, 유동인구가 많고 주거 밀집 지역과도 가까운 입지를 선택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는 매장 인테리어에 1억 800만 원을 투자했다. 대리석 테이블, 맞춤 제작된 목재 바, 해외 직수입 타일, 벽면 조명, 그리고 유럽풍 빈티지 소품까지 모든 것을 직접 선정했다.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도 최고급 업체를 섭외했다.
전체 투자금은 1억 5천만 원에 달했다. 주방 장비는 신형 오븐과 튀김기를 갖췄고, 매장 외부 파사드와 간판은 야경에도 빛나도록 설계했다. SNS에 올릴만한 ‘포토존’도 마련했고, 메뉴판도 고급 브로셔처럼 제작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 정도면 강남에서도 통한다.”
운영 시스템은 비워두고, 인테리어만 채웠다
문제는 오픈과 동시에 발생했다. 첫 주말은 대박이었다. SNS를 통해 찾아온 젊은 손님들로 매장이 북적였고, 사진도 많이 찍혔다. 그러나 주방은 경력 1년차 조리사 혼자였고, 홀 운영은 전적으로 박지훈 씨의 몫이었다. 서빙, 결제, 음료 세팅, 손님 응대, 전화 받기까지 모두 그가 직접 했다. 치킨 튀김 시간은 최소 15분 이상이 걸렸고, 홀에서 대기하는 손님들의 불만은 점점 쌓였다.
배달을 병행하겠다는 계획도 실행에 옮겼지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박 씨는 배달앱에 입점하기 위해 등록비, 사진촬영, 메뉴 개발까지 추가로 100만 원 이상을 썼지만, 실상 하루 배달 주문은 20건도 채 되지 않았다. 게다가 배달 수수료와 광고료로 매출의 상당 부분이 빠져나갔다. 배달 리뷰엔 “기름기 많다”, “포장 부실하다”는 평이 이어졌고, 배달 주문은 결국 중단했다.
메뉴 기획도, 맛의 차별화도 없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달리 메뉴는 대중적인 치킨 세트에 불과했다. 그는 "분위기가 모든 걸 커버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실제 고객은 ‘예쁜 인테리어 속 평범한 치킨’에 실망했다. 메뉴 구성은 심플했지만 개성이 없었고, 술 안주는 치킨 외에 튀김 몇 가지가 전부였다. 남성 고객에게는 양이 적었고, 여성 고객은 기름기 많은 구성에 불만을 드러냈다. 와인과 치킨을 함께 즐기자는 콘셉트도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2개월 차부터 매출은 급감했다. 점심 장사는 없었고, 저녁은 예약 없이는 손님이 들지 않았다. 주말엔 소규모 모임이 잡혔지만, 회전율이 낮아 매출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홀 직원도 없이 혼자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었고, 결국 운영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리뉴얼로 돌파하려 했지만, 또 투자만 늘어났다
박씨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내부 조명을 바꾸고, 메뉴판 디자인을 교체하고, 와인잔을 유리 크리스탈로 교체하는 등 리뉴얼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오히려 지출만 늘렸고, 고객이 느끼는 경험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다시 찾을 이유’가 없는 매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결국 고객은 줄었고, 그 줄어든 매출을 메우기 위해 또 비용을 들이는 악순환에 빠졌다.
폐업을 결심한 날, 그는 말했다
오픈 6개월째 되던 날, 그는 폐업을 결정했다. 한 달 매출이 300만 원을 밑돌았고, 임대료와 고정비만으로도 적자였다. 박씨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예쁜 가게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장사는 예쁜 것보다 ‘반복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몰랐다.”
창업 실패의 주요 원인과 해결방안 아이디어
1. 인테리어 중심의 과도한 투자
- 해결방안 아이디어: ‘매장 브랜딩 가치’와 ‘수익 회수 시점’을 따로 계산하는 인테리어 분할 회수법을 도입한다. 인테리어의 ROI를 최소 18개월 기준으로 분할해 월 투자 회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매출 목표를 산정한다.
2. 메뉴 완성도 부족
- 해결방안 아이디어: 고객 피드백 기반으로 ‘파일럿 메뉴’를 도입하고, 음료와 식사 메뉴의 핵심 상품을 시그니처화한다. 초기에는 고객 반응이 좋은 구성으로 단축하고, 후기 기반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한다.
3. 운영 시스템의 부재
- 해결방안 아이디어: 오픈 1개월 전부터 ‘가상 운영 리허설’을 시행해 실제 동선과 클레임 발생 상황을 체크한다. 홀–주방–배달 흐름을 시뮬레이션하고, 오픈 직전까지 3일간 실제 운영 환경에서 테스트해 문제점을 사전에 제거한다.
4. 고객 재방문 유도 실패
- 해결방안 아이디어: 초기 방문 고객을 단골로 전환하기 위한 ‘방문 이력 기반 이벤트’ 도입. QR 체크인을 활용한 3회 방문 시 무료 사이드 제공, 5회차 방문 시 메뉴 교환권 증정 등으로 충성도를 높인다.